하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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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그리움도 저 강물에 실어
하얀나라  2009-03-24 19:42:40


크리스 마스날 아침
쉬는 날이라 늦은 아침을 먹고 대충 집안 청소를 하고 있으니
딸아이가 그런다.
엄마는 무슨 배짱으로 쌩얼이냐고...
엄마나이엔 집에 있어도 화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평소에도 얼굴에 화장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데다 화장품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솔직히 화장을 잘 할 줄 모르다 보니 쉬는 날에는 그냥 맨 얼굴이 훨씬 편해서
자주 요즘 아이들이 말하는 쌩얼로 있게된다.

그런데 오늘 따로 툭 쏘는 듯 내 뱉는 딸아이의 말이 비수처럼 들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길을 가다 첫사랑의 남자를 만나게 될지 모르기에
항상 여자들은 시장을 가더라도 옷을 단정히 입고 남편 츄리닝 바지나 입고
큰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지 말라던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났다.
꼭 첫사랑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동창을 만날 수 있고, 여고 동창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니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타인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여 주면 안된다는 뜻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얼굴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가꾸어야 한다는 뜻이 더 클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자기 자신을 가꾸지 않은 상태로 부스스 잠에서 깨어난 얼굴에
대충 걸친 옷 차림으로 절대로 다니지 않겠다고...
그런데 지금은 누구한테 잘 보일꺼냐...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으로 그냥 대충하며 사는 것 같다.
아이의 말에 충격을 받은건 사실이다.
화장하지 않으려던 얼굴에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던 막내가 한마디 한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고...
수박에 호박 될리 없겠지만 노력도 안해보는건 더 나쁜거라고 말하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크리스 마스인데 선물도 없냐고...했다
녀석, 누가 아이 아니랄까봐. 엄마 오늘 좀 예쁘다고 그런 거짓말 좀 하면 어디가 어떻게 되는지
그럼 입이 함지박 만해져서 아들 뭐 먹고 싶냐...며 한턱 쏠 수도 있을텐데 ㅎㅎ
솔직한 아이의 말에 내가 무어라 하겠는가?
뭐 먹고 싶냐고 하니 회가 먹고 싶단다.
싱싱한 횟거리 사러 어시장으로 출발 하였다.



마음이 우울할때나 가슴이 답답할 때 나는 바다로 간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
망망대해의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영혼이 맑아 지는 기분이 된다.
갈매기처럼 훨훨 자유롭게 날아보는 꿈도 꾸면서 가벼워진 영혼에 살을 찌운다.
날씨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바다지만
그 때마다 주는 감동 또한 다르다...
한없이 평화롭고 잔잔하며 평화로운 바다일때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바다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바닷가 마지막 집의 소녀시절로 데려다 준다.

특히나
삶이 팍팍하거나 힘들때 비릿한 바닷내음과 함께 시장 사람들을 만나면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힘듬이 부끄러워지고 삶에 대한 애착이 생기게 된다.




근심걱정이 주름살로 골이 패인 듯,...우리네 어머님은 이렇게 추운날씨에도
삶의 전선에서 허리 아픔도 참으시며 누구를 위해 저렇게 고생을 하시는걸까?




겨울철의 별미...시원한 어묵 국물과 도넛을 파시는 어머니
손님이라도 많으면 추위도 잊을텐데...손님마저 없으니 찬 바람에 곱은 손을 녹이고 계셨다.




어묵먹는 아이들이 오자 어머니의 무표정한 얼굴이 분주해 지기 시작한다.




맨손으로 조개를 까시는 어머니...얼마나 추우실까?
추위에 약한 나는 호들갑스럽게 춥다는 말을 달고 사는데...







시장풍경은 정겨우면서도 가슴 아프다,










자전거타고가는아저씨의 어깨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예쁜 연인들은 이곳 시장에 무얼 하러 왔을까?




점심 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인데 추운날씨에 허기진 배를 채우시기 위해 찬밥을 비벼 드시는 어머니...
그래도 맛있게 드시라고...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드리고 싶었다.




많은 세월을 누군가의 삶에 많은 세월을 함께 했을 도구들,..
어느 자식의 대학 등록금도 마련해 주었을테고
어느 자식의 사업 자금도 마련해 주었을 법한...낡고 오래된
어머니 손때가 뭍은...




야채팔던 할머니...어렵다 어렵다 해도 요즘 같으면 못살겠다고...
하루종일 나와서 고작 몇만원...야채 원금빼고 나면 남는것도 없다고...
잘못 보관하면 얼어서 팔지도 못한다던  근심어린 할머니...
할머니께서 활짝 웃으시는 그날은 언제일까?






손님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
기나긴 기다림에 어떤 생각을 하실까
기다림은 더욱 춥게 만들겠지?







왜사진찍느냐며 자꾸만 나에게 눈길을 주시던 어머니
삶의 모습을 담고 싶었지만
그분들의 모습을 담는다는것이 미안하고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멀리서 몰래 찍는데...더 미안했다.



백화점 가서는 아무리 비싸도 가격표대로 돈을 지불하면서
깍아 달라고 하지 않으면서




왜 콩나물 천원어치를 사면서 많이 달라고 하는지
그리고 추운날씨에 저렇게 고생하시는 어머니들을 보며 물건값을 깍으려 하는지 알수가 없다.




장사해서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3대 거짓말이 되고 보니
무조건 시장에서는 깍으려 하고, 한푼이라도 손해가지 않으면
팔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어머니...

삶이 고단하여도
삶이 아무리 힘들고 팍팍 하여도
그래도...희망을 안고 살아가시는
우리네 어머니들에게도 따뜻한 봄이 오길 바라며
나는 오랜 기억의 터널을 빠져 나온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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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nie
비릿한 바다내음...참좋지요...
저도 좋아해요...우울하면 꼭 바다에 가는....

고은 기행에 머물다 갑니다...
2009-03-25
15: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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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나라
저도 그래요
늘 바다...그 바다는 저의 마음의 안식처?
ㅎㅎ
어린시절, 그렇게도 바다가 싫더니...ㅋㅋ
2009-03-26
08: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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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해산물을 좋아하는 미로...
배고프당~
노점에서 사계절을 삶의 터로
일구시는 모든뿐께 행복이
가득하도록 경제가 솓구쳐야 할텐데...
2009-03-27
0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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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나라
그러게염...
삶의 수단이 아니라...행복의 수단이 되면 좋을텐데...
2009-03-27
10: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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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골
어 마산이네.... 2009-04-23
18: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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