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버 지
소 속 하 얀 나 라 의 홈
하 얀 나 라
아 버 지 는 멸 치 잡 이 셨 다 . 어 릴 적 , 아 버 지 의 또 다 른 이 름 인 멸 치 잡 이 , 가 진 것 없 고 배 운 것 이 없 어 늘 당 당 하 지 못 했 던 아 버 지 , 한 평 생 을 자 식 에 게 죄 를 지 은 기 분 이 라 고 , " 조 금 만 배 웠 어 도 이 렇 게 살 진 않 는 다 . " 입 버 릇 처 럼 말 씀 하 셨 다 . 아 버 지 께 서 는 일 년 에 얼 마 의 돈 으 로 계 약 을 하 고 그 계 약 금 일 부 를 선 수 금 으 로 미 리 받 아 집 을 떠 나 배 에 서 의 생 활 을 하 셨 다 . 가 족 을 떠 나 때 론 무 서 운 폭 풍 우 와 만 나 고 , 거 센 파 도 와 싸 움 을 하 면 서 , 할 머 니 , 어 머 니 , 다 섯 이 나 되 는 자 식 들 을 위 해 , 힘 든 바 다 에 서 의 생 활 을 하 셔 야 했 던 외 로 웠 을 아 버 지 의 삶 을 생 각 해 보 지 못 했 다 . 만 선 의 깃 발 을 날 리 며 혹 시 라 도 아 버 지 께 서 타 신 배 가 선 착 장 에 도 착 하 기 라 도 하 면 조 르 르 반 가 움 에 달 려 나 가 곤 했 다 . 달 려 온 딸 자 식 을 한 번 안 아 주 시 지 도 않 으 셨 다 . 웃 어 보 이 는 게 전 부 인 아 버 지 께 서 는 그 저 멸 치 를 너 른 멸 치 마 당 에 옮 기 시 는 일 을 지 시 하 셨 다 . 그 일 이 끝 나 면 집 에 도 들 리 시 지 않 고 또 다 시 바 다 를 향 해 떠 나 가 는 , 아 버 지 를 태 운 멸 치 배 가 섬 을 돌 아 내 눈 앞 에 보 이 지 않 을 때 까 지 한 없 이 울 었 던 것 같 다 . 나 는 아 버 지 의 사 랑 을 모 르 고 자 랐 다 . 어 머 니 는 아 침 저 녁 으 론 밭 일 에 논 일 까 지 허 리 가 휘 어 지 듯 다 니 셨 고 , 낮 엔 흘 러 내 리 는 땀 방 울 에 눈 을 반 쯤 은 감 은 채 로 멸 치 막 에 서 멸 치 랑 섞 여 져 있 던 꼴 뚜 기 등 이 물 질 을 고 르 는 일 을 하 셨 다 . 어 린 마 음 에 도 어 머 니 의 하 루 는 참 힘 들 게 보 였 다. 그 렇 게 매 일 집 안 일 에 농 사 일 에 바 쁘 셨 다 . 가 끔 오 시 는 아 버 지 께 서 는 집 안 일 을 잘 돌 보 지 않 으 셨 고 , 어 머 님 을 도 와 주 지 않 는 아 버 지 를 보 며 이 다 음 에 크 면 " 아 버 지 같 은 사 람 과 절 대 로 결 혼 은 하 지 않 겠 다 . " 는 생 각 을 머 리 에 주 입 시 키 곤 하 였 다 . 그 시 절 에 는 겨 우 국 졸 이 최 고 학 력 이 었 지 만 그 것 마 저 졸 업 못 하 신 아 버 지 가 늘 부 끄 러 웠 다 . 학 교 에 서 가 정 신 상 조 사 를 할 때 도 언 제 나 중 학 교 를 졸 업 했 다 고 잘 들 어 지 지 않 는 손 을 슬 며 시 부 끄 러 워 하 며 머 리 조 금 위 로 올 리 곤 하 였 다 . 지 금 도 이 해 가 되 지 않 는 일 이 지 만 가 정 환 경 조 사 를 왜 하 는 것 일 까 ? 집 에 피 아 노 가 있 는 지 , 컴 퓨 터 는 , 텔 레 비 전 은 있 는 가 ! 또 는 자 기 소 유 의 집 인 가 , 아 니 면 전 세 를 살 고 있 는 가 , 이 런 것 들 이 아 이 들 의 공 부 에 얼 마 나 도 움 이 될 까 ? 초 등 학 교 4 학 년 때 였 다 . 담 임 선 생 님 께 서 내 가 미 술 에 소 질 이 있 다 고 남 아 서 계 속 그 림 연 습 을 하 라 고 했 지 만 그 림 을 그 릴 수 가 없 었 다 . 학 교 마 치 고 돌 아 가 면 소 를 먹 이 거 나 잔 심 부 름 을 해 야 했 다 . 물 동 이 를 이 고 물 을 길 어 날 랐 고 불 을 지 펴 밥 을 해 먹 으 면 서 학 교 에 다 녀 야 했 고 , 갖 고 싶 은 것 먹 고 싶 은 것 어 느 것 하 나 마 음 껏 해 보 질 못 했 다 . 좀 부 자 의 아 버 지 였 더 라 면 하 고 싶 은 것 마 음 껏 할 수 있 을 텐 데 … … . 그 래 서 좋 아 하 는 그 림 을 그 리 지 못 하 는 것 도 아 버 지 책 임 으 로 돌 렸 다 . 어 린 내 눈 에 비 친 아 버 지 의 모 습 은 언 제 나 무 능 했 다 . 나 의 소 질 을 키 워 주 기 에 는 너 무 가 난 한 살 림 살 이 었 다 . 어 느 해 , 추 석 이 었 다 . 아 버 지 는 세 언 니 의 바 지 와 남 동 생 의 옷 을 생 전 처 음 사 신 거 라 며 들 고 오 셨 다 . 내 옷 은 아 무 리 찾 아 도 없 었 다 . 아 버 지 는 내 게 꼭 맞 는 옷 이 없 더 라 고 말 씀 하 셨 지 만 나 는 서 운 했 다 . 막 내 딸 의 나 이 도 잊 었 을 것 같 았 다 . 바 지 가 아 니 면 위 의 옷 이 라 도 사 오 시 지 않 고 왜 나 만 빼 놓 으 셨 는 지 " 넌 영 도 다 리 밑 에 서 주 워 왔 다 . " 는 윗 집 할 머 니 께 서 입 버 릇 처 럼 하 시 던 말 씀 이 떠 올 랐 다 . 그 말 이 사 실 처 럼 느 껴 졌 다 . 콧 물 , 눈 물 범 벅 된 채 로 영 도 다 리 에 엄 마 를 찾 아 간 다 며 집 을 뛰 쳐 나 왔 다 . 뛰 고 또 뛰 었 다 . 뒤 에 서 아 버 지 의 나 를 부 르 는 소 리 도 들 리 지 않 을 만 큼 큰 소 리 로 울 었 다 울 었 다 . 아 무 리 울 어 도 서 운 한 마 음 이 가 시 지 가 않 았 다. 영 진 호 , 동 일 호 , 그 배 를 타 면 영 도 다 리 를 찾 아 갈 수 있 을 것 같 았 다 . 어 느 새 울 면 서 달 려 간 곳 은 선 착 장 , 엉 겁 결 에 나 를 부 르 며 달 려 오 시 던 아 버 지 의 짧 은 비 명 을 듣 게 되 었 고 , 앞 만 보 며 달 리 던 나 는 불 길 한 생 각 으 로 뒤 를 돌 아 보 았 다 . 나 무 토 막 에 박 혀 있 던 녹 슨 큰 못 이 아 버 지 의 흰 고 무 신 을 뚫 고 발 등 까 지 올 라 와 있 었 다 . 피 가 솟 구 쳤 다 . 또 한 번 의 짧 은 비 명 . 연 방 찌 그 려 지 는 얼 굴 을 하 다 가 , 아 버 지 쪽 으 로 달 려 가 는 막 내 딸 을 보 고 한 번 웃 어 보 이 시 던 모 습 이 지 금 도 선 하 다 . 고 무 신 을 잘 라 내 고 , 석 유 를 발 바 닥 에 부 으 시 고 성 냥 으 로 발 바 닥 에 불 을 피 워 못 을 빼 내 신 아 버 지 . 나 는 그 때 처 음 으 로 아 픔 을 애 써 참 으 시 던 아 버 지 의 의 연 한 모 습 을 보 았 다 . 그 리 고 아 버 지 의 눈 물 도 보 았 다 . 안 절 부 절 못 하 고 울 기 만 하 는 막 내 딸 에 게 연 방 괜 찮 다 는 표 정 을 지 어 보 이 시 며 할 머 니 가 오 시 고 어 머 니 가 뛰 어 오 시 고 동 사 람 들 이 한 두 명 씩 몰 려 드 는 바 람 에 한 마 디 말 씀 은 하 시 지 않 으 셨 다 . 무 슨 말 을 하 고 싶 었 을 까 ? 여 럿 , 자 식 에 게 고 루 사 랑 을 베 풀 지 못 하 는 아 버 지 의 아 픔 을 이 야 기 하 고 싶 었 을 까 . 말 씀 은 안 하 셨 지 만 , 파 도 소 리 들 리 듯 가 슴 으 로 아 버 지 의 사 랑 이 전 해 지 는 느 낌 이 었 다 . 내 아 버 지 는 평 생 늙 지 않 을 것 같 은 모 습 이 었 다 . 건 장 한 체 구 의 아 버 지 도 이 제 기 운 없 이 늙 고 초 라 해 진 여 기 저 기 아 픈 증 세 들 로 밤 잠 을 못 주 무 시 는 , 어 느 새 나 보 다 작 아 지 신 아 버 지 힘 없 이 쳐 지 고 듬 성 듬 성 몇 가 닥 남 은 흰 머 리 카 락 과 깊 게 팬 주 름 이 아 버 지 의 젊 은 세 월 을 말 해 주 듯 할 아 버 지 가 되 어 있 다 . 늘 바 쁘 다 는 핑 계 로 자 주 안 부 전 화 도 드 리 지 못 한 다 . 손 자 녀 석 목 소 리 라 도 자 주 들 려 드 리 고 , 정 말 살 아 계 실 때 잘 해 드 려 야 할 텐 데 , 사 는 게 뭔 지 그 분 계 신 곳 이 지 척 인 데 도 늘 마 음 뿐 , 자 주 찾 아 뵙 지 도 못 하 는 출 가 외 인 . 이 제 얼 마 나 더 사 실 까 외 롭 지 않 으 시 게 , 전 화 라 도 자 주 드 리 고 자 주 찾 아 뵈 어 야 겠 다 . 그 리 고 지 금 까 지 다 하 지 못 한 이 야 기 들 , 철 없 이 속 썩 이 던 못 난 딸 이 었 다 고 , 아 버 지 의 손 을 잡 고 밤 새 워 이 야 기 하 고 싶 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