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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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하얀나라  2009-03-16 11:24:01


새벽별 보기 운동을 시작한 시간은 2시 30분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초행길인데다 나의 꼬마 자동차로 그렇게 먼길을 떠나 본 적이 없었다는것도 문제였다.
11년이나 된 아주 오랜시간 나와 함께 한 녀석은 6만km를 겨우 넘어선 상태였다.
출퇴근 할때와 학교갈때를 제외하면 장거리라곤  대학병원에 진료 갈때
그리고 바닷가 마지막집의 소녀였던 시절로 돌아갈때가 전부였다.
한번도 주차위반이라던지 벌칙금 스티커를 발부 받은 적이 없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운전자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 네이버 검색으로 지도를 출력하고
여기저기 물어 물어~찾아갈 준비도 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잠자는 딸아이를 깨우고
씻고 대충 아침 준비를 해 놓고
출발 한 시간은 4시20분
딸아이와 함께 가기로 한 악동 두명을 차에 태우고 전주로 항한 시간은 정확히 4시30분

어둠이 내린 새벽길을 달리는 기분은
겁부터 났다.
씽씽 달리는 차들에 주눅든 나의 꼬마자동차는 80km이상의 속력을 내지 않았고
딸아이와 그 친구 일당들은
나의 겁먹은 마음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한쪽으로 쏠리기도 하면서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네비게이션의 신호음이 정적을 깨운다.
나는 길치인데다 밤눈이 좀 어두운 편이다.
네비게이션의 안내가 때론 혼돈을 일으켜 잘못된 방향으로 간 적이 있었기에
아주 신경을 곤두 세우고 운전을 하였다.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으나
아이들이 모두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휴게소는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네 인생길도 누군가 이렇게 바르고 빠른 길을 인도한다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 즈음
전북대학교에 도착하였다는 메시지가 나온 시간은 7시 10분.

아이들도 깨어났다.
아침을 먹기로 하고 대학교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적당히 요기할 곳이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연꽃동산으로 유명한 덕진 공원의 이야기를 들었던것이 생각나
그곳으로 가 보자고 하였다.
추웠다. 아이들은 춥다고 웅크리고 있었지만
ㅎㅎ 나는 사진 찍을 생각으로 뛰었더니 별로 추운것을 느끼지 못했다.



덕진공원의 안내표지. 음악분수 시간을 알려 놓았다


붉게 붉게 물드는 단풍잎들





추위에 지친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딸아이의 폰으로 검색을 했지만
적당히 먹을 곳을 찾지 못하고 학교앞 분식집에서
라면과 김밥등을 먹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에 갔더니
커피가 보였다.
피곤과 추위에 커피생각이 간절 하였던 터라
분식집에서 손님을 위해 커피를 마련해 두지 않았을꺼란 생각을 하였지만
그래도 말~잘하면 공짜로 커피 한잔 마시겠다 싶어
아주 조용히 그리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아주머니께 커피 한잔만 마시면 안되겠냐고 했는데...돌아오는 답은
직원용이라 안된다고 하였다
뜨악~
무슨 직원용.
그리고 경상도 말씨면 ㅎㅎ 타 지역 사람에게 선심 쓸법도 한데
아뉘 커피가 몇푼이나 한다고
나참~ 만푸장으로 마시겠다고 한것도 아닌데
원가로 치면 백원도 안되는데
그 아침에~ 백원쯤은 서비스로 인심 한번 쓸법도 한데 ㅋㅋ
절대로 그렇게 공짜를 마시겠다고 말하는 성격이 아닌데 그땐 정말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몇번이나 망설이다가 겨우 용기내어 말했는데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ㅋㅋ
하여튼 전주의 이미지가 화~악 바뀌는 순간이었다



접수 시간이 다가와서 전북대학교로 들어왔다
발랄한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여들었다.



요즘 대학입시가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 수 있었다.
대학교 백일장에서의 입상은 문학특기생으로
수시입학의 자격요건이 되기에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모여든다.
이번에도 접수한 학생이 500명이 넘었다.
타 대학과 특이하게 전북대학교에선
백일장에 논술이 있었다.
딸아인 논술에 자신이 있었기에 서울여대 백일장에 가지 않고
전북대학교에 신청을 하였던 것이다.
접수확인을 마치고 딸아이와 그 친구들이 강의실로 들어가는것을 보고
나는 잠을 잘까...하다가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곳에 왔는데 잠자기는 아까웠다.
한옥마을로 찾아갔다.




혼자 은행나무 아래 앉아 계시던 멋쟁이 할아버지
그러나 그 뒷모습은 참으로 쓸쓸해 보였다.
어느새 꼬마아이와 엄마가 할아버지 옆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웃으셨다.
아이에게 몇살이냐고 물으시기도 하고
또박또박 대답하는 아이가 참 사랑스럽다.


한옥 마을은 넓었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시며 운동 하시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많았다.
나는 가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자전거를 타고 가시는 모습을 보면 참 행복해 보여
멍하니 바라 볼 때가 많다.


한옥마을엔
연인들이 더욱 많았다.
손을 잡고 걷는 연인
어깨를 감싸쥔 연인
그리고 허리에 팔을 두른 연인.
모두가 사랑스럽다.
가을이 깊어가듯 연인들의 사랑도 깊어 가겠지?


친구와 약속을 하는것일까?
나는 요즘 학생들이 걸으면서 문자를 하는것이 못마땅하다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럴까?
별 걱정을 다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걸을때 그냥 걷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
연신 문자를 보내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래도 가끔은 문자에 행복이 전해진다는것은 인정한다~


공원앞에는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즐비하게 늘어선 시간을
메우고 계셨다.


한옥마을앞 거리의 모습




가족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들의 웃음꽃이 활짝 핀듯 하였다.
저~꼬마녀석도 가을을 알까?


친구들과 자기들이 담을 수 있는 가장 큰 뭉치의 낙엽들을 모아
뿌리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거리에서는 이렇게 장기를 두시며
한나절을 보내시는 할아버지와 그 모습을 지켜 보시는 할아버지들도 많으셨다


한옥마을로 들어서는 두 연인~
붉은 가방이 마음에 들었다.
ㅋㅋ 요즘 부쩍 붉은 색이 마음에 든다.
그렇다고 누가 주면 몰라도
내가 들겠다고 사지는 못할 것 같다~


자전거를 앞에 두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데이트?를 즐기셨다.
나는 연세드신 어른신들이 혼자 되면
서로가 서로를 위해 마음 터 놓고 지내는 친구
아니면 더 이상의 관계? ㅎㅎ 도 좋다고 생각한다.

여고시절
나는 돈을 많이 벌면
고아원과 양로원을 통합한 형태의 어떤 집을 지어서
어느정도 거동이 가능하시다면 가족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꼭 그런 꿈을 이루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이, 한가정을 만들어 드리면 좋을것 같았다.
여고시절 양로원과 고아원의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부터 생각하였던 것이다.
따로 따로 지내시게 하는것 보다 가정을 이루고 살면 더욱 건강한 삶을 사시게 되리라는
생각에서 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게되면
가슴이 따뜻한 아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덕진 공원의 은행나무~



지팡이의 할아버지를 뵙는 순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인공연골수술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으신
그래서 늘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
한쪽 다리에 감각이 없으시다는 아버지의 모습이 각인되어 마음이 아팠다.


한옥마을 입구에서 낙엽을 치우시던 할아버지~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현장학습을 나온 모양이었다


외국 관광객들도 보였다.
자랑스럽다~
그들은 우리것을 어떻게 보고 느낄까?


양지바른 곳에 두분이 앉아 계셨다.
혼자가 아니어서
그래도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두분의 얼굴에서 나는 무엇이 저렇게 힘든 표정을 짖게 만들었을까?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훗 날의 내 모습은 아닐까?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
그런 친구 한명은 꼭 필요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마을엔
이렇게 멋진 할아버지도 계셨다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멋쟁이 할아버지~의 그림솜씨를 보면서
씨익~웃고 있었다
나도 이다음에 나이들면 그림도구를 챙겨서 낭만을 즐기는 그림을 그려보았다.


알록 달록 색고운 솜사탕~
달콤하고 부드러운 솜사탕을 만드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달콤하지 않았다.
스무살때 처음 맛본 솜사탕의 기억이 새롭다.
할아버지~
솜사탕 처럼 좀 밝게 웃어 보세요
그렇게 심각한 얼굴 하시지 말고요~
바람결에 전하고 싶었다.



전라도쪽의 학생들이 거의 상을 휩쓸자
딸아인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
전라도 쪽 학생들만 어떻게 상을 탈 수 있냐고 하면서...

백일장이란것이 그렇다.
어떤 학교는 한달정도의 기간을 두고 발표를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당일 발표를 한다.
그런데 그것도 거의 두시간이에 어떻게 몇분 안되는 심사위원이 그 많은 응모 작을
다 읽고 심사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글의 시작과 끝을 보고 거의 절반은 확정을 하게 되는것을 잘 알고
있는 딸이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ㅎㅎ 나도 내심 장원은 아니더라도
상은 받을 것으로 기대 하였는데 서운했다
딸은 오죽할까?



그냥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겠다고 하면서도 마음이 쓰이는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단풍놀이가 한참인 요즘 분명 진주 쪽에 길이 막힐 것이다...생각하여
조금 속력을 내었다.
그랬더니 내 꼬마자동차는 지가 무슨 벤츠인줄 알고
기름맛이 맛있다는듯 입맛을 다셨다.
나원참~

그런데 문제는 졸음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또 다시 아이들은 잠에 빠져 들었고
나는 혼자서 세상에서 젤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 앉는것과의 싸움을 시작하였다
손등을 꼬집고
허벅지를 꼬집고
그것도 모자라 빰을 때리기도 하면서 ㅋㅋ
큰 소리로 노래도 불러가면서...



진주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밀리기 시작하였다
다들~왜 이렇게 다니는거야?
우리나라 사람들 노는것 좋아해서 탈이란 말이야
ㅋㅋ 경제가 어렵다느니. 살기가 힘들다더니...그렇게 말들을 하지만
정작, 해외 여행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길에 차인다? 라고 하고
단풍놀이다~뭐다 하면서 주말이면 산이 몸살을 앓고
거리가 몸살을 앓고~
하여튼 무슨 사고도 그렇게 많고~

다~젊어서 노세~ ㅎㅎ 늙어지면 못노나니..
그래 맞는 말이지...
세상~즐기면서 하고 싶은것 보고 싶은것 다 하면서 살아야지
죽으면 다 부질없는것인데 무엇에 얽메여서 아둥 바둥 살겠냐고...
인생 두배로 즐기면서 행복하게 사는 삶이 축복받은 삶이지...
ㅎㅎ 혼자서 구시렁 거리며  남강 휴게소에서
벤츠로 착각한 녀석에게 더 맛있는 먹이를 주고
살살 달래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댓글 수정


winnie
쓸씁할 글입니다...
어떻게 그 많은 분량의 글을 쉽게 결정을 내리는지..
기역감정이 한목 보지 않았나 생각하네요^*^
하얀나라님의 고운 마음 잘 느끼고 가요^*^
2009-03-18
15:31:44

 

댓글 수정


하얀나라
ㅎㅎ 그래요
2시간에 글을 쓰고 그 글을 두시간만에 ...
그래도 ㅎㅎ 잘된글은 딱 표시가 나긴 나지만
시작과 끝...그것만 보고 아무래도 ㅎㅎ 추려서 판단하지 않나 싶더라고요.

고3의 무거운 짐을 진 딸아이가 잘 해내길 바랄뿐이죠.
2009-03-21
10: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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